집사람과 나는 국수를 좋아한다. 특히 아내는 고소한 맛이 좋은 멸치국물 국수를 좋아한다. 이 국수는 무척 흔한 국수요 값싼 국수지만 돈을 내고 먹은 후 만족스럽다고 느낀 적이 많지 않았다. 쉬운 요리일수록 만들기는 어렵다는 속설이 맞는 모양이다. 그래서는 나는 아내를 위해 집에서 이 국수를 만들어 주기로 했다. 평소 요리하는 것을 즐기는 탓도 있지만 왠지 이 음식은 내가 하는 것이 더 맛있을 것 같다는 다소 교만한 생각도 있었다.
멸치국물 국수니까 당연히 멸치를 주재료로 하여 만들어야 했다. 분명 식당들은 멸치 넣는 양이 많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니 나는 양껏 있는 멸치 전부를 넣는다는 각오로 듬뿍 넣었다. 거기에 국물에 대명사라 할 수 있는 다시마도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이 넣었다. 시원한 맛을 더해줄 무도 썰어 넣고, 어디서 본적 있어 파의 하얀 부분과 뿌리도 넣었다. 행복해하는 아내의 표정을 보기 위해 아껴두었던 황태와 모시조개도 넣었고, 양파를 큼직하게 동강내 함께 넣었다. 이 정도라면 분명 식당에서 파는 멸치국수보다 맛이 월등하리라 생각했다.
한 30분 정도 육수를 끓인 후 조금 맛을 보는데 뭔가 이상했다. 분명 물반 재료 반인데 어딘가 모르게 조금 부족했다. 정말 2%가 부족한 국물맛이었다. 뭐가 문제일까? 혹 정말 내가 모르는 고수들만의 비법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빠트린 재료가 있을까? 인터넷을 뒤져보면 이런 저런 다른 채소를 넣으라는 소리도 있고, 멸치국수라는 해도 육고기도 좀 넣어야 한다는 소리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문제가 아닌 것 같았다. 해답을 찾지 못한 나는 그대로 면을 삶아 아내에게 멸치국물 국수를 주었다. 그러나 역시 나의 노력은 가상하나 그냥 돈 주고 나가서 사 먹자는 아내의 대답이 돌아왔다. 음 뭐가 문제일까?
한 번의 실패로 멸치국물 국수를 포기할 수 없어 나는 다음 주 다시 도전해 보았다. 이번에도 역시 재료들을 양껏 넣고 지난번에 넣지 않았던 고추와 칡뿌리까지 넣었다. 얼마간 시간이 흐른 후 국물을 시식해 보았는데 역시나 이번에도 2% 부족한 그 갭을 메우지 못했다. 속이 상했다. 도대체 뭘 더 넣어야 한다는 말인가? 어느 TV프로에서 보니 국물요리는 짭짤해야 그래도 먹을 만하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어 그냥 포기하는 마음으로 맛소금을 조금 넣었다. 그래 짜게라도 만들면 맛있다는 소리를 들을지 모른다 생각했다. 그렇게 재도전한 멸치국수를 아내에게 내 밀었는데 아내는 눈까지 크게 뜨며 너무나 맛있다는 것이었다.
그 말에 허겁지겁 나도 국물 맛을 보았는데 아 이럴 수가 진정 이것이 내가 만든 국수란 말인가 싶었다. 그 때 머리를 스치는 한 가지 생각이 있었다. 양껏 넣은 재료와 약간의 MSG가 만나야 우리가 흔히 먹는 바로 그 전문가의 맛이 나는구나 하고 말이다. 한 때 많은 사람들이 몸에 안 좋다는 편견을 갖게 만들었던 MSG는 사실 직접적으로 인체에 해롭다는 증거는 없다고 한다. 물론 좋은 것만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분명 인류가 만들어낸 놀라운 발명품임에 틀림없다. 나의 부족한 그 부분을 정확히 그리고 간단하게 메워주었기 때문이다.
나는 그 말을 아내에게 하지 않았다. 나만의 비법이라고 했다. 이젠 나도 며느리도 모르는 나만의 요리비법이 하나 생긴 셈이다. 그리고 앞으로도 먹도 싶다고 하면 살짝 아내가 보지 않을 때 그 비법의 가루를 넣어서 줄 것이다. 그러면 전문가의 손길이 느껴지는 맛난 국물이 완성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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