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우면서도 먼곳이란 느낌이 드는 곳이 바로 인천이다. 인천에는 연안부두 어물시장이 있다. 평소 찌개나 김치를 담글 때 자주 쓰는 새우젓 때문에 우리집은 새우젓 소비가 많은 편이다. 그동안 간간히 의정부 어시장이나 강화도를 이용하곤 했는데 한 2년 가까이 모두 가보지 못했다. 하는 수없이 그냥 대형마트에서 사 먹었지만 현지에서 파는 새우젓만 하겠는가? 이날은 서울 보라매 공원 근처에서 일이 있었기에 용기내서 인천까지 가 보기로 했다. 목표는 일단 연안부두 어시장이었다. 2년 만에 다시 찾는 이곳은 어떻게 변했을까?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은 것은 어시장 입구에 있는 노상 먹거리였다. 이곳 시장은 공영주차장이 잘 되어 있는 편이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조금만 걸으면 금새 어시장 입구로 갈 수 있다. 이른 시간 집에서 나온 탓에 허기가 있었는데 정말 잘 되었다 싶었다. 떡볶이만 빼고 우리가 좋아하는 길거리 음식이 다 있었다. 아마 아침부터 매운 떡볶이를 먹는 사람은 없기에 주요 아이템에서 그게 빠졌나 보다. 하지만 뜨끈한 오뎅 한 고치를 먹으면 몸도 풀리고 속도 든든하기 마련이다. 우리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지 전엔 잘 몰랐지만 가만히 둘러 보니 이런 길거리 음식점이 제법 많았다. 아이템도 다양하고, 분위기도 편안하고 장보기 전 요기로 이만한 것이 없지 싶다.
우리는 다슬기처럼 생긴 달팽이도 한 그릇 사들고 요기를 마무리 했다. 원래 오늘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은 새우젓이었으니 다른 아이템은 마다하고 일단 젓갈을 파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한 섹터가 모두 젓갈을 파는 곳인 이곳은 다른 어물전보다 특히 젓갈 코너가 인기가 좋은 것 같다. 그중에 한 곳 깔끔해 보이고, 맘씨 좋아보이는 안동가게라는 곳에서 흥정을 시작했다. 보기 좋은 육젓은 아예 말을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비쌌다. 보통 오젓이니 추젓이니 하는 애들이 1kg에 2만 원 정도라면 육젓은 6만 원 이상 8~9만 원까지 호가했다. 이러면 몸 값이 얼마나 차이나는 것인가... 있는 사람들은 젓갈도 저런 것만 먹겠지? 음 아무려면 어떠랴 우린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합리적인 가격에 사면 되는 것이다.
주인장은 보기엔 약간 모양이 깨진 것처럼 보이지만 맛은 좋다는 이곳의 브랜드 젓갈을 추천했다. 이것은 1kg에 만 원 밖에 안 된단다. 너무 싸서 망설이고 있었더니 맛을 보라해서 몇 마리 집어 먹었다. 그런데 정말 깊은 맛이 나는 것이 내 입엔 착 붙는 것 같았다. 주인장 말대로 김치나 찌개를 할 것이라면 모양이 없어도 맛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과감하게 2kg 을 담기로 했다. 가성비 좋은 물건을 사서인지 기분이 좋아져 우린 창란젓과 무우말랭이까지 샀다. 이집 주인이 장사를 잘 하는 것인지 우리가 순진한 것인지 몰라도 조금 서비스로 주는 깻잎무침에 감동받아 원래 계획보다 더 많은 물건을 사고 말았다.
의기양양, 우리는 쇼핑한 젓갈을 들고 다른 곳에 가기 보다는 월미도에서 배를 타고 구읍뱃터로 넘어 가기로 했다. 이 코스는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노선으로 한 나절 시간 보내기 최적의 장소가 아닌가 한다. 코로나 영향으로 월미도 선착장도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렇게 배가 나를 기다리고 내가 가서 헐레벌떡 표를 사 승선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 항상 배가 오기를 다른 차들과 줄을 서 기다리곤 했는데 말이다. 아직은 바닷 바람은 무척 차다. 그냥 밖에 서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배를 타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얼마만에 느껴보는 일탈과 자유의 기분인가? 남이 주다 버린 새우깡 몇 개 집어 갈매기들한테 던져 주는 재미도 느끼고 바다도 보고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배로 20분 남짓만 가면 바로 구읍뱃터가 나온다. 사실 여기 오기 전에 예전에 많이 갔던 영종도 근처의 무의도를 갈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하지만 이제 그곳은 배가 아니라 다리로 섬을 넘어 간단다. 그러니 내가 무의도 갔다 온 것도 꽤나 오래 된 이야기 맞다. 그 땐 분과 워크숍 때문에 한 철에만 7번인가를 다녀왔었다. 이젠 배를 타고 넘는 낭만은 없어진 셈이다. 하지만 차로 간다니 더 편하긴 하다.
무의도에서 숙박할 일을 없어졌지만 방문을 다시 해야 겠다. 다만 이날은 배를 타고 싶었다. 그래서 우린 월미도의 이 짧은 승선을 택했던 것이다. 아무튼 우리의 선택은 현명한 것이었다. 부담없이 짧은 배 여행으로도 기분이 업되고, 머릿속이 맑아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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