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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하게 사는 이야기

볼거리 많고, 살거리 많은 실속시장, 인천연안부두 어시장과 영종도 구읍뱃터

by jeff's spot story 2024. 3. 10.

가까우면서도 먼곳이란 느낌이 드는 곳이 바로 인천이다. 인천에는 연안부두 어물시장이 있다. 평소 찌개나 김치를 담글 때 자주 쓰는 새우젓 때문에 우리집은 새우젓 소비가 많은 편이다. 그동안 간간히 의정부 어시장이나 강화도를 이용하곤 했는데 한 2년 가까이 모두 가보지 못했다. 하는 수없이 그냥 대형마트에서 사 먹었지만 현지에서 파는 새우젓만 하겠는가? 이날은 서울 보라매 공원 근처에서 일이 있었기에 용기내서 인천까지 가 보기로 했다. 목표는 일단 연안부두 어시장이었다. 2년 만에 다시 찾는 이곳은 어떻게 변했을까?


가장 먼저 우리를 맞은 것은 어시장 입구에 있는 노상 먹거리였다. 이곳 시장은 공영주차장이 잘 되어 있는 편이라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조금만 걸으면 금새 어시장 입구로 갈 수 있다. 이른 시간 집에서 나온 탓에 허기가 있었는데 정말 잘 되었다 싶었다. 떡볶이만 빼고 우리가 좋아하는 길거리 음식이 다 있었다. 아마 아침부터 매운 떡볶이를 먹는 사람은 없기에 주요 아이템에서 그게 빠졌나 보다. 하지만 뜨끈한 오뎅 한 고치를 먹으면 몸도 풀리고 속도 든든하기 마련이다. 우리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은지 전엔 잘 몰랐지만 가만히 둘러 보니 이런 길거리 음식점이 제법 많았다. 아이템도 다양하고, 분위기도 편안하고 장보기 전 요기로 이만한 것이 없지 싶다. 


우리는 다슬기처럼 생긴 달팽이도 한 그릇 사들고 요기를 마무리 했다. 원래 오늘 우리가 여기 온 목적은 새우젓이었으니 다른 아이템은 마다하고 일단 젓갈을 파는 곳으로 발길을 옮겼다. 한 섹터가 모두 젓갈을 파는 곳인 이곳은 다른 어물전보다 특히 젓갈 코너가 인기가 좋은 것 같다. 그중에 한 곳 깔끔해 보이고, 맘씨 좋아보이는 안동가게라는 곳에서 흥정을 시작했다. 보기 좋은 육젓은 아예 말을 붙이기 어려울 정도로 비쌌다. 보통 오젓이니 추젓이니 하는 애들이 1kg에 2만 원 정도라면 육젓은 6만 원 이상 8~9만 원까지 호가했다. 이러면 몸 값이 얼마나 차이나는 것인가... 있는 사람들은 젓갈도 저런 것만 먹겠지? 음 아무려면 어떠랴 우린 우리가 원하는 것은 합리적인 가격에 사면 되는 것이다. 


주인장은 보기엔 약간 모양이 깨진 것처럼 보이지만 맛은 좋다는 이곳의 브랜드 젓갈을 추천했다. 이것은 1kg에 만 원 밖에 안 된단다. 너무 싸서 망설이고 있었더니 맛을 보라해서 몇 마리 집어 먹었다. 그런데 정말 깊은 맛이 나는 것이 내 입엔 착 붙는 것 같았다. 주인장 말대로 김치나 찌개를 할 것이라면 모양이 없어도 맛만 좋으면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래서 과감하게 2kg 을 담기로 했다. 가성비 좋은 물건을 사서인지 기분이 좋아져 우린 창란젓과 무우말랭이까지 샀다. 이집 주인이 장사를 잘 하는 것인지 우리가 순진한 것인지 몰라도 조금 서비스로 주는 깻잎무침에 감동받아 원래 계획보다 더 많은 물건을 사고 말았다. 


의기양양, 우리는 쇼핑한 젓갈을 들고 다른 곳에 가기 보다는 월미도에서 배를 타고 구읍뱃터로 넘어 가기로 했다. 이 코스는 많은 사람들이 애용하는 노선으로 한 나절 시간 보내기 최적의 장소가 아닌가 한다. 코로나 영향으로 월미도 선착장도 사람이 거의 없었다. 이렇게 배가 나를 기다리고 내가 가서 헐레벌떡 표를 사 승선하기는 처음인 것 같다. 항상 배가 오기를 다른 차들과 줄을 서 기다리곤 했는데 말이다. 아직은 바닷 바람은 무척 차다. 그냥 밖에 서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배를 타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얼마만에 느껴보는 일탈과 자유의 기분인가? 남이 주다 버린 새우깡 몇 개 집어 갈매기들한테 던져 주는 재미도 느끼고 바다도 보고 참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 배로 20분 남짓만 가면 바로 구읍뱃터가 나온다. 사실 여기 오기 전에 예전에 많이 갔던 영종도 근처의 무의도를 갈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다. 하지만 이제 그곳은 배가 아니라 다리로 섬을 넘어 간단다. 그러니 내가 무의도 갔다 온 것도 꽤나 오래 된 이야기 맞다. 그 땐 분과 워크숍 때문에 한 철에만 7번인가를 다녀왔었다. 이젠 배를 타고 넘는 낭만은 없어진 셈이다. 하지만 차로 간다니 더 편하긴 하다. 


무의도에서 숙박할 일을 없어졌지만 방문을 다시 해야 겠다. 다만 이날은 배를 타고 싶었다. 그래서 우린 월미도의 이 짧은 승선을 택했던 것이다. 아무튼 우리의 선택은 현명한 것이었다. 부담없이 짧은 배 여행으로도 기분이 업되고, 머릿속이 맑아진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