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이라기 보다는 친척집에서 식사하는 느낌의 점심 한 끼, 포천시 가산면 사랑채

가산면에서 회의를 마치고 점심 식사를 인근에서 하게 되었다. 가산면도 맛집이 꽤나 많은 곳이기 때문에 과연 어디를 가게 될까 기대가 되었다. 예전에 왔을 때는 가산면의 명물이라는 모정 추어탕을 먹었었다. 하지만 이날은 면 사무소 바로 옆에 있다는 사랑채 라는 식당을 가게 되었다. 가산면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얼마 전 영업을 다시 시작한 식당이고, 먹고 싶은 것을 이야기하면 만들어 준단다. 그러니까 고객 지향 주문형 식당인 셈이다. 우리가 먹게 될 메뉴는 김치찌개라 했는데 언제 먹어도 늘 맛나고 만족스러운 음식이 김치찌개인지라 너무 반가웠다. 

 

얼마 전 영업을 시작했다지만 건물은 오랜 업력을 지닌 것처럼 보였다. 실제 영업을 하던 곳이었단다. 실내 분위기는 식당이라기 보다는 고풍스러운 전통차를 파는 곳 같았다. 물론 김치찌개도 훌륭하게 어울리는 곳이지만 글쎄... 찌개보다는 한방차나 쌍화차를 먹어야 할 것 같았다. 실제 벽에는 그런 차를 판다는 메뉴도 붙어 있다. 가운데는 넓직한 홀이 있지만 방으로 나뉘어 있는 실내 분위기는 좀 사는 친척네 집에 온 것 같은 기분도 들게 했다. 미리 예약을 했기 때문에 우리는 기다릴 필요없이 바로 끓고 있는 찌개 테이블 나란히 앉았다. 

 

헌데 사실은 이 메뉴가 김치찌개라는 것을 듣지 못했다면 누구라도 두부전골이라 생각했을 것이다. 비주얼은 김치찌개보다는 그쪽이 더 가깝게 보였다. 김치찌개라지만 커다란 두부가 거의 냄비를 덮고 있었다. 푸짐하다. 내가 값을 지불하는 것도 아니라 일인분에 얼마인지 묻지 못했다. 아무리 얻어 먹는 처지라도 얼마인지 물어 볼 것을 그랬나? 정갈한 반찬 몇 가지가 놓이고, 갓 지은 쌀밥도 대령했다. 간단한 듯 하지만 푸짐하고 정성이 들어간 우리의 점심식사가 마련된 것이다. 김치만 맛나다면 김치찌개야 뭘 넣고 끓여도 항상 맛이 좋은 법이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반찬들이 참 맛나고 깔끔했다는 것이다. 조미료를 자제한 집에서 만든 것 같은 반찬은 몇 번이나 리필을 하게 만들었다. 백반집에서 반찬이 맛나면 게임 끝인 것이다.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 김치찌개는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간 정석적인 레시피였다. 개인적으로는 참치가 들어간 김치찌개도 무척 좋아하고, 특히 꽁치가 들어간 것을 무척 좋아하긴 하지만 말이다.  사람마다 먹는 방법이 다를 수 있지만 이렇게 진한 국물의 찌개는 먼저 국물을 흡입하는 것이 룰일 것이다. 그리고 역시 김치의 맛도 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국물을 떠먹다 보니 특이하게도 콩나물이 듬뿍 들어간 것을 볼 수 있었다. 김치찌개에 콩나물을 넣는다? 이런 레시피는 본적이 없는 것 같은데 말이다. 김치국에는 콩나물을 넣는다지만 찌개에도 넣는다고? 그래서인지 몰라도 국물은 진하면서 시원했다. 자칫 김치국처럼 될 수 있는 국물을 그래도 절묘하게 찌개쪽으로 올 수 있도록 잘 만들었다. 돼지고기가 듬뿍 들어가 진득한 국물은 정말 국밥처럼 밥을 말고 싶게 만들었다. 정말이지 말 그대로 한국인의 소울푸드 맞다. 이런 식사를 하게 되면 아무래도 만족도도 높고, 속도 든든하니 편하다. 제대로 먹은 집밥 같은 느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