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다니던 시절을 떠올리게 하는 젊은 취향의 분식집, 포천시 포천동 토마토 & 김밥

나이를 먹으면 분식집에서 한 끼를 해결한다는 것이 영 미덥지 못하다. 분식은 말 그대로 간식처럼 먹는 가벼운 음식이 아니던가? 하지만 사실 분식이나 한정식이나 배만 부르면 그것이 식사가 된다. 값이 얼마인지, 어떤 메뉴의 음식을 먹는지로 식사의 등급이 나뉘는 것은 아니다. 사실 어떨 때는 분식집에서 이것 저것 시켜서 학교 다닐 때처럼 부담없이 먹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날이 바로 그런 날이었던 것 같다. 점심시간에 평소보다 조금 더 걸어서 포천동의 예원 플라자 앞에 있는 이집으로 갔다. 이름은 토마토와 김밥이라는 분식집이다. 

 

분식집의 가장 큰 강점은 역시 가격이 저렴하다는 것이다. 이집도 그랬다. 우리는 김밥과 우동, 그리고 치즈라볶이를 주문했는데 다 합쳐서 15,000원 밖에 안 된다. 갈비탕 한 그릇 가격이다. 저렴하지만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 토마토와 김밥이라는 상호에서처럼 여긴 주먹밥과 김밥이 주력인 분식집이다. 당연히 시그니쳐인 김밥을 먹어봐야 한다. 김밥이 제일 먼저 나왔는데 내용물을 보니 전형적인 김밥의 모양이었다. 적당량의 밥과 단무지와 햄과 맛살, 지단과 우엉, 당근과 요즘 보기 힘든 시금치도 있다. 너무나 익숙한 김밥의 비주얼이었다. 

 

뒤이어 우동과 치즈라볶이도 나왔다. 우동은 흔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 보았던 바로 그 비주얼이었다. 그릇이나 담겨있는 모양이 정말 비슷했다. 신기한 것은 훨씬 푸짐해보이는 치즈라볶이의 가격이 더 저렴하다는 것이다. 보통 가장 싼 메뉴가 늘 우동인 것 같은데 말이다. 우동은 설명이 필요없는 너무나 익히 먹었던 그 맛이었다. 부드러운 면발과 가쓰오부시로 맛을 낸 것 같은 국물까지 전형적인 분식집의 맛이었다. 치즈라볶이도 결국은 라면이다. 라면을 떡볶이처럼 만든 것이 라볶이 아닌가... 거기에 치즈를 한 장 얹어주는 것이다. 모짜렐라 치즈를 생각했다면 그것과는 좀 다르다. 

 

이런 구성이 바로 분식집의 자연스럽고 부담없는 푸짐함이다. 가성비가 좋기 때문에 선택에 무리가 있다 해도 지갑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맛인데 아무래도 일인분에 몇 만원씩 하는 한정식과는 비교하기 그렇고 우리가 흔히 아는 김밥천국과는 견줄 수 있는 그런 노멀한 맛이라 하겠다. 아니 익숙한 맛이다. 여기서 음식을 먹고 있노라니 왠지 학생시절로 돌아간 기분이 들었다. 이집은 방과 후가 되면 학생들로 발디딜 틈이 없을 그런 곳이다. 내가 학생이었다면 참새가 방앗간 들리 듯 그렇게 이집을 들락거렸을 것이다. 

함께 간 일행이 뭔가 아쉽다면서 주먹밥도 주문했다. 여긴 원래 주먹밥이 더 유명한 곳이란다. 그런데 간단하게 하나 더 추가해서 먹으려던 우리 생각은 빗나갔다. 주먹밥이 커도 너무 컸기 때문이다. 그냥 밥 한 그릇이 온통 주먹밥으로 환생한 것 같다. 소고기 주먹밥을 주문했는데 밥 속에 소고기 후레이크가 들어 있고, 겉에는 김을 뭍혀주는 것이 이집의 방식이었다. 이것도 역시 학생들이라면 손에 들고 서너개는 먹을 것이다. 가만히 보니 여긴 학생들의 급식을 주는 집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학생시절을 계속 떠올리게 하는 이집에서의 한끼는 추억도 곱씹은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