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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친구집에서 맛보는 진정한 손맛, 김치 겉절이와 막걸리저녁, 포천시 포천동

by jeff's spot story 2024. 2. 5.

오랫만에 전화로 만나기로 한 친구는 집에서 김치 겉절이를 만든다고 한사코 집으로 내 손을 잡아 끌었다. 김치 중에서 겉절이를 무척 좋아하는 나는 친구의 김치 소리에 별 망설임없이 따라 나섰다. 포천에서도 꽤나 외진 곳인 하심곡 고개 마루에 사는 녀석의 집은 이런 겨울이면 무척 가기가 험한 곳이다. 4륜 구동이 되는 디젤 차를 타고 가야 갈 수 있는 곳이다. 구비 구비 고갯길을 넘어서 친구집을 찾아 나서는 길은 마치 옛날 이야기에 나오는 한 장면을 생각나게 했다.


김치를 한다고는 하지만 딸랑 두식구만 사는 친구 집에서 엄청난 양의 김치를 할리는 없고, 그저 간단히 우리 먹을 정도의 양을 만들고 있었다. 먼저 눈에 띈 것은 신선한 굴로 무친 굴 무침이었다. 매운 맛을 즐기는 친구네는 고추가루도 내겐 좀 매웠다. 하지만 굴이 어찌나 신선하던지 그저 스르륵 입속에서 미끄러져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별 다른 양념을 하지 않고 신선한 굴과 고추가루와 소금으로 적당히 양념을 한 건강식이었다. 내게 좋아하냐며 내 놓은 굴국도 별 다른 양념이 없이 그저 간간한 굴향이 그대로 밴 단촐한 맛이었다. 겉절이는 물론 어느 술이나 다 어울리지만, 막걸리 회사를 다니는 제수씨의 배려로 역시 후레쉬한 막걸리와 먹게 되었다. 신선한 음식들이 내는 하모니가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느낌이었다. 밖에서는 별들이 쏟아지고, 간간히 개들이 짖고, 후레쉬한 음식들은 내 몸으로 들어가고 거하게 취해오는 막걸리의 하모니 이런게 시골 사는 재미가 아닐까 했다.


속이 노랗게 빛나는 배추는 너무나 달았다. 달달한 맛이 어찌나 강하던지 마치 설탕이라도 발라 놓은 느낌이었다. 그 위에 굴을 얹고, 쪄낸 돼지고기를 얹고, 마늘과 고추를 얹어 먹는데 어찌나 손이 바쁘던지... 이건 마치 하나라도 놓치기 싫어 서로 싸우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리고 하나의 득템이 더 있었다. 광장시장에서 사왔다는 빈대떡이다. 그렇지 않아도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 있는데 빈대떡의 고소한 기름까지 더해지니 오늘의 술 선택은 완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빈대떡은 고기를 넣지 않아 고소함은 살아 있고, 느끼함은 전혀 없는 정말 맛있는 빈대떡이었다. 오늘은 여러모로 운이 참 좋은 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수씨는 옆에서 계속 음식을 내오고 우리는 거침없이 막걸리 통을 비우고, 이것도 과거로 돌아가 사내가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오늘의 주인공인 김치 겉절이는 가장 나중에 등장했다. 깨가 듬뿍 들어간 달콤하고 매콤한 김치가 질리지도 않으면서 맛이 정말 좋았다. 신선한 겉절이는 영양과 강한 맛을 함께 느끼게 해주는 우리네 음식이다. 이런 맛은 아마도 식당에서는 보기 힘들 것이다. 친구는 빰장이라는 된장같이 생긴 것을 가지고 나왔다. 빰장은 충청도에만 있는 장이라고 한다. 메주를 그냥 빠아서 김치국물과 섞은 것이 빰장이라고 한다. 이정식의 주안상에서는 이런 저런 희안한 음식을 많이 만나겠지만, 빰장은 나도 정말 처음 보는 장이었다. 메주의 맛이 강하게 나면서 된장처럼 장 노릇을 해주는 것이 참 신기한 음식이었다. 빰장에 돼지고기를 찍어 먹으면서 겉절이를 먹고, 막걸리를 마셨다.


너무나 서민적인 맛이지만, 신선하고 조미료가 덜 들어간 진짜 집에서 먹는 음식이 몸에 잘 받는 느낌이었다. 거하게 취하면서 배도 부르고, 맛도 좋고, 시간과 몸이 허락한다면 계속 먹고 싶은데 인간의 한계는 어쩔 수 없다. 적당히 먹고 적당히 즐기라고 인간에게 한계가 있고 그래서 너무 혼자만 갖지 말고 나누어주면서 살아야 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