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근처에 있는 이자카야 집이 모로미 천곡점이었다. 모로미 라는 상호는 본적이 없다. 아마 지역의 체인점인 모양이다. 이자카야도 여러 버전이 있는데 아주 정통을 추구하는 곳이 있는가 하면 한국적으로 현지화된 곳도 있다. 모로미라는 곳은 정통에 가까운 곳이라 하겠다. 다소 생소한 메뉴들과 주류들이 있고, 분위기도 그렇다. 워낙 일식을 좋아하다 보니 이런 집이 근처에 있으면 한 번 들어가 보고 싶어진다. 다른 곳에선 본적이 없는 이자카야집이니 더욱 그랬다. 1차로 해물찜을 맛나게 먹었지만 여기서 2차로 한 잔을 더 하기로 했다.
일식집이지만 거의 횟집에 가까운 메뉴들이 많았다. 꼬치나 돈카츠 같은 메뉴보다 이런 것이 더 눈에 들어왔다. 우린 마구로사시미와 청하와 하이볼을 주문했다. 사케를 먹고 싶었지만 맛은 청하 보다 못한데 값은 더 비싼 경우가 많아 안전하게 청하를 택했다. 식초에 저린 풋콩을 주는 것이 일본에서는 아주 흔한 경우라지만 우리는 거의 없지 않던가? 이런 작은 것에서도 정통을 추구하겠다는 마음이 엿보였다.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손님들이 계속 들어왔고, 우리도 조금은 편한 마음으로 2차를 느긋하게 즐기기로 했다.
마구로 사시미가 나온 것을 보니 가성비가 꽤나 괜찮은 집이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구성에 29,000원 이라면 다른 곳에선 만나기 힘든 가격이다. 푸짐한 구성과 다양한 종류가 정말 맘에 들었다. 2차로 부담없이 먹기에 이런 참치회는 사치라면 사치다. 거기에 시원한 청하 한 잔을 곁들이니 고급 일식집이나 차이가 없었다. 일본에서 유행하는 하이볼은 낮은 도수 때문에 요즘 우리나라에서도 찾는 이들이 많다고 들었다. 달달한 술 한 잔 그 이상은 아닌 것 같지만 술에 약한 사람들에게는 달콤한 피난처가 된다.
사람에 따라 먹는 방법도 다양하겠지만 마구로는 역시 조미김에 싸서 자연산 와사비를 듬뿍 넣어 먹는 것이 정석이 아닌가 한다. 거기에 생강절임도 하나 정도 넣으면 맛이 배가 된다. 위에도 부담이 없으면서 입도 즐거운 고급 안주다. 밖이 훤이 내다 보이는 통창을 앞에 두고 해가 뉘엿뉘엿지는 밖의 풍경을 배경으로 술 한 잔 한다는 것이 아주 행복한 일이다. 거기에 맛있는 안주가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는 즐거운 자리였다. 값이 저렴한 편이라 분명 안주가 모자랄 것이라 생각하고 다른 안주를 뭘 주문해야 할까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푸짐한 메뉴인지라 그럴 필요가 없었다.
달달한 참치살과 알싸한 와사비, 그리고 시원한 무순까지 참 잘 어울리는 메뉴다. 일식의 가장 큰 장점은 담백하고 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간이 센 것도 아니요, 맛이 없는 것도 아니면서 담백한 음식이 주는 자연스러운 맛이 참 어떤 술과도 잘 어울린다. 이런 이자카야 집이 근처에 있다면 분명 일주일에 서너 번은 들락거리며 단골이 되었을 것이다. 이번에 다시 느낀 것이지만 동해시에는 참 맛나고 가성비 좋은 술집이 많다. 부러운 일이다. 다음에 동해에 온다면 이 근처에서 가 보지 못한 집들을 섭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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