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술을 적지 않게 먹었지만 다음날 해장으로 김밥이 땡긴다면 문제가 있는 것일까? 이날 우리가 그랬다. 전날 3차 까지 가면서 나름 충분하게 알콜을 섭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침부터 김밥과 우동같은 분식이 먹고 싶었다. 강원도 동해시를 잘 모르는 이방인은 이리저리 돌아 다녔지만 이런 욕구를 채워 줄 분식집을 찾지 못했다. 오죽하면 돌아다니다 여기 사람들이 분식을 싫어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우리가 지리를 몰랐을 뿐 다니다 보니 동해시청 근처에 바로 그런 집들이 많이 있었다. 그 중에 우리가 찾아간 집은 고스락 김밥이라는 분식집이었다.
시청 부근이라 그런지 이 근방은 가게들의 간판이 말쑥하니 아주 깔끔했다. 이집도 그랬다. 고스락이 과연 무슨 뜻일까? 우린 나올때 까지 그 의미를 알 수 없었다. 물어 보지도 못했다. 그냥 먹기 바빴다. 일단 좀 늦은 아침을 그것도 해장인 아침을 먹기 위해 우리는 김밥과 우동과 비빔국수를 주문했다. 아침부터 김밥과 비빔국수는 좀 그렇기는 하다. 그것도 과음한 다음날의 선택이라 하기엔 좀 그렇다. 하지만 이런 구성이 오히려 자연스럽고 더 잘 맞는다. 경험상 그렇다. 사람에 따라 개인차이가 있겠지만 뻑뻑한 김밥과 우동, 그리고 비빔국수가 해장이 잘 된다. 신기한 일이다.
고스락 김밥이란 것이 결국은 속이 아주 알찬 김밥이었다. 그것도 당근과 우엉이 과하게 많이 들어간 야채 김밥이란 말이 맞을 것이다. 오히려 밥의 양이 적어 보이는 야채 위주의 속 김밥이었다. 물론 계란 지단과 단무지, 그리고 약간의 햄과 맛살도 있긴 했다. 하지만 일단 당근의 양이 워낙 많아 당근을 싫어하는 사람, 특히 애들은 과연 이런 맛을 좋아할까 싶었다. 물론 우리는 좋았다. 밥이 너무 많은 것도 별로고, 소시지나 햄같은 아질산나트륨이 들어간 재료도 그렇지만 이런 야채위주의 김밥이라면 반가운 일이다.
그리고 큰 기대를 하지 않았던 우동이 너무 괜찮았다. 다 먹을 때 까지도 뜨거운 국물이 유지되는 신기한 우동이었다. 그릇이 돌솥도 아닌데 어찌 그럴 수 있을까? 이유는 잘 모르지만 아무튼 우동의 마지막 젖가락질을 할 때 까지도 뜨끈한 맛이 그대로 입안으로 들어왔다. 우동과 김밥은 특별한 궁합이다. 이 국물에 김밥을 넣어 먹으면 그 맛은 다들 아는 바로 그것이다. 우동 면발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탱글했다. 이런 정도의 식감이라면 동해시 공무원들이 점심시간에 이집을 들락거릴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도 잠시 머물다 가는 나그네지만 이 우동맛에 심취했으니 말이다.
마지막 비빔국수가 사실은 압권이었다. 비주얼은 산채비빔밥인줄 알았다. 다채로운 야채 속에 속을 감춘 하얀 소면이 기다리고 있다. 이집은 특이하게 양념장을 손님상에 올려 놓았다. 매콤지수를 손님이 알아서 조절하는 의미다. 맵찔인 관계로 양념을 과하게 넣지 못했다. 그냥 그런 정도만 넣었다. 하지만 맛이 참 좋았다. 나중에 조금씩 자꾸 양념장을 증량하게 되었다. 매운 맛도 적응이 되는 모양이다. 오랫만에 해장 비빔국수 제대로 잘 먹었다. 과연 이런 것이 해장이 되는지 묻는 사람이 있지만 취향에 따라 개인적으로 최고의 해장음식이다. 이날 아침이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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