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막국수는 말 그대로 막 먹을 수 있는 가장 서민적인 저렴한 음식이었다. 아마도 짜장면 값이나 별 차이가 없다 할 정도로 가성비가 좋았던 것 같다. 강원도, 특히 춘천에 많이 있던 향토음식 비슷한 국수였지만 이젠 전국적으로 막국수집 하나 없는 동네는 없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비결은 아마도 질리지 않는 깊은 맛과 메밀이 건강에 좋다는 말이 나왔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렇지만 이렇게 흔한 음식일수록 전문가가 되는 것이 어려운 법이다. 제대로 맛을 내기가 쉽지 않다. 오늘은 춘천에서도 막국수 하면 강자로 지목받는 샘밭 막국수를 다시 찾았다.
소양강 댐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있는 샘밭막국수는 실내가 크게 바뀐 것이 없다. 좌식 테이블이 입식으로 바뀐 정도라 하겠다. 이집을 일구어낸 창업주 할머니가 아침부터 가게를 지키는 것도 변하지 않는 모습이다. 언젠가 TV프로그램을 보니 할머니의 아들이 주방을 지키고 있다고 했다. 그 모습도 그대로다. 이렇게 초심을 잃지 않고 있어서인지 이날도 그 깊은 맛에 변함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음식 장사는 기술도 기술이지만 이렇게 임하는 마음가짐이 정말 중요한 것 같다.
우리는 이날 특별히 녹두전도 추가했다. 유명 막국수집들은 거의 대부분 서브 메뉴도 대표적인 것들이 있다. 만두를 제대로 만들어 파는 곳도 있고, 도토리묵을 주는 곳도 있다. 또 메밀전이나 수육을 주력으로 미는 곳도 있다. 샘밭막국수의 서브메뉴는 두부와 녹두전이다. 초기부터 여긴 모두부와 녹두전을 아주 잘 만드는 것으로 유명했다. 그 중에 우리는 녹두전을 선택했는데 기름진 녹두전과 알싸하고 시원, 담백한 막국수가 정말 잘 어우러지기 때문이다. 녹두전 한 입과 막국수 한 젖가락을 번갈아 먹으면서 무한루프의 젖가락질을 하게 된다.
거의 1년 여 만에 다시 만나는 샘밭막국수의 비주얼도 바뀐 것이 없었다. 다만 양념장에서 과일향이 조금 덜나는 느낌이었다. 아마도 계절에 따라 양념장에 들어가는 재료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은 아닌지 싶었다. 요즘 샘밭막국수에는 우리가 먹어왔던 일반적인 막국수보다 값이 3,500원이나 더 비싼 순메밀 막국수라는 것도 있다. 하지만 고급진 새로운 메뉴보다 늘 먹었고, 익숙하면서 늘 생각나는 오리지널 막국수가 더 좋다. 비빔과 물 막국수의 구분이 없는 샘밭막국수는 양념장이 버무려진 막국수에 손님 취향에 맞게 동치미 국물을 적당히 부어 먹는 방식이다.
정말 슴슴하면서 깊고, 달콤한 맛이 어우러지는 제대로 막국수 맞다. 거기에 김장김치를 잘라 주는 것같은 비주얼과 맛의 김치는 환상의 궁합이다. 결코 양이 적은 것이 아닌데도 언제 입안으로 국수가 다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집중하여 먹게 된다. 이런 것이 진정한 강자의 맛이라 할 것이다. 다른 반찬이 필요없을 정도로 달달함과 짠맛, 그리고 깊은 동치미 국물의 조화가 제대로다. 역시 이 맛을 보기 위해 우린 가깝지 않은 춘천을 찾게 되는가 보다. 막국수는 언제나 진리다. 그리고 그 중심엔 샘밭막국수가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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