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쌀쌀하고 을씨년스런 날씨에 칼국수를 먹는 경향이 있다. 이날도 그랬다. 살짝 눈발이 날리는 을씨년스런 명절날이었다. 그래서 이날 먹기로 한 바지락 칼국수가 그렇게나 반가웠다. 제대로 된 바지락 칼국수 먹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과연 이집이 그런 맛집이기를 기원했다. 근처에 사는 일행이 점심시간엔 주차하기도 힘들 정도로 사람들이 몰려 오는 곳이라 했다. 과연 그렇다면 분명 맛이 좋은 집일 것이다. 역시나 우리도 차를 세우지 못해 애를 먹었다.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는 홀 중에서 1층은 완전 만석이었고, 그래도 2층은 좀 여유가 있었다. 여긴 바지락 칼국수와 만두 밖에 메뉴가 없단다.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래도 우린 둘다 주문했다. 다른 바지락 칼국수 집들처럼 여기도 주문을 받은 다음에 면을 뽑는 방식인지 나오는데 시간이 좀 걸렸다. 아무튼 그렇게 오랫만에 만나 서로 못한 이야기도 하고, 밖의 경치도 보면서 휴일 오후 시간을 만끽하고 있었다. 이런 맛에 친척들을 만나는 것이지...
만두가 먼저 나왔다. 공장만두처럼 생겼는데 여기서 만든단다. 과연 그럴까? 너무 일률적인 모양인데 말이야... 하지만 한 입 먹어보니 여기서 직접 만드는 만두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만두라는 음식이 주는 묘한 흥분과 맛이 있는데 공장 만두는 너무 인위적인 맛이라 그런 기분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여기 만두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커다란 크기와 튼실하게 들어간 속이 그야말로 만두의 전형적인 맛이었다. 이런 만두는 두 개만 먹어도 배가 불러 올 수 있다.
주인공인 바지락 칼국수 국물은 무척이나 담백하고 깔끔한 비주얼이었다. 진한 맛이 날까 싶을 정도로 맑은 국물이었다. 하지만 먹어보니 진하고 배틀한 조개국물의 구수한 맛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면도 두 가지 색상이고, 맛도 그렇고 어디선가 많이 먹어 본 아주 익숙한 맛이었다. 분명 이 맛은 우리가 자주 갔던 양주 최고집의 맛과 아주 비슷했다. 아니 그 집의 주방장이 잠깐 여기와서 음식을 한 것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정도로 너무 비슷했다. 혹 같은 사람에게서 칼국수 만드는 법을 배운 것은 아닐까?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진한 맛이 나는 조개국물은 손에서 숟가락을 놓지 못하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이 있다. 여기도 그랬다. 시원하고 달달한 겉절이와 완전 찰떡 궁합이었다. 이런 맛을 내니까 사람들이 그렇게 몰려 오는 것이리라. 하지만 왠지 양주에서 먹었던 바지락 칼국수와 자꾸 오버랩이 되면서 양주 최고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슷한 맛의 칼국수라면 확실히 양주가 더 진하다고 해야할까? 사실 아주 미세한 차이이다. 거의 같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하지만 자주 먹었던 맛이라 그런지 원조격인 양주가 자꾸 생각나는 것을 어쩌리요...
'맛있고 행복한 곳...'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계곡에서 호강하며 먹는 기분 닭도리탕, 포천시 군내면 반월가든 (0) | 2024.02.11 |
---|---|
버스터미널의 나그네들 속을 채워주었던 유명한 갈비탕, 성남시 시외버스 터미널 앞 고산수 갈비탕 (0) | 2024.02.11 |
친구집에서 맛보는 진정한 손맛, 김치 겉절이와 막걸리저녁, 포천시 포천동 (4) | 2024.02.05 |
겨울 바다를 제대로 둘러 볼 수 있는 비법, 경북 울진군 죽변 해안 스카이 레일 (45) | 2024.02.05 |
어묵의 변천사를 볼 수 있는 어묵박물관이 있다. 부산시 자갈치시장 고래사어묵 (39) | 2024.0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