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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 소흘읍 고모리에서 만난 잔잔한 향의 이야기, 생활의 향기

소소하게 사는 이야기

by jeff's spot story 2025. 11. 14.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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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흘읍 고모리에 있는 생활의 향기 아로마 테라피를 다녀왔다. 고모리를 수도 없이 지나치며 살았지만, 이런 공간이 숨어 있을 줄은 미처 몰랐다. 더 놀라운 건 이곳이 허브아일랜드와 거의 같은 시기에 문을 열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오래전부터 조용히 자리해 있었다니, 이제야 알게 된 것이 조금 미안해졌다.

 

이름처럼 이곳은 허브를 제대로 다루는 곳이다. 허브 제품을 판매하고, 강의를 하고, 허브차를 마시며 향을 느끼는 공간. 흔히 허브라고 하면 어려운 식물을 떠올리지만 사실 향을 가진 식물은 거의 모두 허브에 속한다고 한다. 쑥도, 생강도, 우리가 늘 곁에서 보던 것들조차 허브의 세계 안에 있었다.

 

우리는 약 한 시간 동안 강의를 들었다. 허브차를 손에 쥐고 향을 천천히 들이마시니, 마실 때마다 마음이 부드럽게 가라앉는 느낌이었다. 이어서 직접 사용할 향수도 만들어 보았다. 유자 향을 중심으로 한 향수였는데, 깊고 자연스러운 향이 공장에서 대량으로 만든 제품과는 정말 달랐다. 주인장은 이 향수는 귀한 것이니 옷이나 공간에 뿌리기보다 피부에 직접 분사해 향이 살아 움직이는 느낌을 즐겨보라고 조용히 말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어지고 고급스럽게 숙성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며칠이 지난 지금, 처음 맡았을 때보다 훨씬 부드럽고 깊어진 향이 피부에서 은은히 피어오른다.

 

가게 주변에는 이름도 모르는 허브들이 가득했다. 하나하나 바라보니 그 모든 식물에 고유한 의미와 효능이 있다는 사실이 새삼 신기했다. 강의 중 들었던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 자꾸 떠올랐다. 많이 알려진 1편만 알고 있었는데, 2편과 3편이 있다는 것도 그날 처음 알았다.

 

특히 3, 단 세 줄로 이루어진 시가 오래 마음에 남았다.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이 짧은 문장이 이상하게 크게 울렸다. 강의를 하던 주인장도 이 시를 인용하며, 누구나 마음속에 저마다의 이 있으니 언젠가는 한 번쯤 그 꽃을 피워보라고 말했다. 나는 어떤 꽃을 품고 있을까. 돈과 시간, 삶의 무게 속에서 잊어버리고 살았던 나만의 능력과 자질. 그래, 한 번쯤은 도전해 봐야 하지 않을까.

 

사실 허브아일랜드를 여러 번 다녀보았기 때문에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찾아간 터였다. 비슷하겠지, 하는 마음으로 문을 열었는데, 나올 때 생각은 바뀌었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니 그동안 무심히 지나쳤던 작은 풀들까지 모두 의미가 있고, 존재만으로 가치가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바쁘다는 이유로 멈추지 못했던 걸음을 잠시 세워, 나를 돌아보게 한 하루였다. 이번 방문은 그저 체험이 아니라, 내 마음 한쪽을 조용히 어루만지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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