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의 용정산업단지는 성공한 산업단지도 실패한 산업단지도 아닌 것 같다. 산업단지라고는 하지만 산업체들의 활기찬 사업의 모습은 잘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예 산업체가 없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많이 흘러서 그렇지 점점 단지 내에 회사들이 생기기는 한다. 과연 이곳이 신도시처럼 활력을 얻을 수 있을까? 파주 LG디스플레이 공장 근처에서 이런 느낌이 들었었다. 활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고... 이게 우리나라 전체 산업단지의 현실일까? 우린 이날 용정산업단지 내 상가에 있는 바로 이집, 병천 청년순대국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체인점인 식당인데 가격이 무척 착했다. 원래 컨셉이 이런 것인지, 산업단지라는 지역적인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순대국 한 그릇의 가격이 8,000원인 곳은 정말 오랫만이다. 요즘 이런 착한 가격은 만나기 어렵다. 식당 안은 인근의 산업체에서 일하다 온 것 같은 느낌의 손님들로 가득했다. 대부분이 남자 손님이었다. 가게 이름은 순대국이지만 여긴 다른 메뉴도 많은 편이다. 우리는 순대국과 내장탕을 주문했다. 왠지 이런 집은 좀 고급스런 내장탕이 더 잘 어울릴 것 같았다. 나중에 김치로 만든다는 갈비찜도 한 번 먹어봐야겠다.
그런데 내장탕 국물을 한 숟가락 먹어보니 엄청 자극이었다. 이건 맵질인 사람은 먹기가 조금 힘든 국물이었다. 건더기에는 그렇게나 좋아하는 소곱창도 있었는데 눈물을 머금고 함께 간 일행에게 내장탕은 넘겨야했다. 국물이 조금만 덜 매웠더라면 참 좋았을텐데... 하지만 생각해 보면 내장은 거의 이렇게 매운 국물이었던 것 같다. 이집은 대부분의 음식들이 국물이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국물의 맛은 비슷했다. 매운 것과 덜 매운 것만 빼면 말이다. 옆 테이블을 슬쩍 보니 수육을 먹는 손님들이 많았다. 여기가 어쩌면 수육도 맛집일 수 있다. 결국 고기 국물은 고기를 수육으로 만든 결과니까 말이다.
그리고 시그니쳐 메뉴인 순대국이 나왔다. 역시 건더기가 충실한 돼지국밥 같은 순대국이었다. 찰순대는 없고, 순대는 모두 재래식 순대였다. 이런 순대가 순대 중에서도 고급이 아니던가? 진한 국물이 돼지뼈 때문인지, 재래 순대 때문인지는 몰라도 진하고 담백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다소 심심한 국물이기 때문에 다른 순대국집에서처럼 여기도 손님이 자신의 레시피로 양념을 해서 먹어야 한다. 들깨와 고추씨기름, 새우젓과 양념다대기 등을 넣어 나름의 국물로 변신을 시킨다. 순대국도 국밥이니 서둘러 밥을 말고 흡입에 들어간다. 역시 진한 고기 국물이다.
잡내가 전혀 나지 않는 국물은 꽤나 괜찮은 맛이었다. 전문가의 포스가 느껴지는 그런 맛이었다. 밥을 말았으니 김치와 깍뚜기가 한 몫을 해야 한다. 이런 조합이 바로 한국인의 소울푸드 아니겠는가? 전체적으로 맘에 드는 구성과 가격이었다. 재방문 의사가 뚜렷한 곳이라 하겠다. 점심시간에는 길가에 주차를 해도 무방하다 하니 주차 걱정도 없다. 용정산업단지 안에서 처음 먹는 식사인데 순대국을 먹고 나오니 이곳도 어엿한 신도시, 산업단지로 보이기도 한다. 포천에서 이런 신도시나 산업단지를 잘 유치했더라면 인구가 늘었을까? 아직도 늦지는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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